우리 가족 이야기: 엄마 치매 초기, 아빠 화, 딸 무남독녀
나는 아직 시집도 안 간 무남독녀다.
우리 집은 매일이 드라마다.
아침부터 시작되는 작은 사건,
하루 종일 이어지는 감정의 파도,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맡은 역할.
오늘은 그런 우리 가족의 하루, 그리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.
엄마는 치매 초기다.
어제도 아침에 계란을 어디 뒀는지 몰라서 10분 동안 함께 찾아야 했다.
결국 계란은 냉장고 안 계란 칸에 있었다.
‘정말 거기 있었구나…’ 하며 속으로 웃었다가도,
마음 한켠이 찡했다.
나는 어릴 때 엄마랑 계란 후라이 만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.
그때 나는 계란 깨는 법도 서툴렀고, 엄마는 늘 웃으며 기다려주셨다.
오늘은 내가 엄마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.
아이러니하게도, 세월이 흘러 내가 가르치는 역할이 된 것이다.
엄마가 조금씩 잊어가지만, 그 안에도 사랑은 그대로 있다.
오늘은 내 이름은 까먹으셨지만, 우리 강아지 이름은 기억하시더라.
작은 일에도 감사하고, 웃음이 나왔다.
이런 순간들이 모여 하루하루를 견디게 하고,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.
엄마와의 추억도 많다.
어릴 때 엄마랑 장 보러 가면, 장바구니 들고 뛰어다니던 기억, 지금도 생생하다.
그때는 단순히 신나는 놀이였지만, 지금은 장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모험이 된다.
엄마와의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.
오늘도 엄마와 함께 웃고 울고, 또 웃고, 그런 하루를 보냈다.
나는 그 안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.
아버지는 화가 많다.
신문을 보면서 혼잣말로 불평을 늘어놓는 모습, 작은 일에도 화가 터지는 모습은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,
그 안에는 가족을 향한 걱정이 숨어 있다.
엄마가 약을 잘 챙기지 않을 때, 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지만, 그건 결국 엄마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.
나는 그 화 속에서 사랑을 찾으려고 애쓴다.
화가 나실 때 한 발 물러서고, 웃음으로 분위기를 바꾼다. 그러면 아버지는 조금씩 누그러진다.
오늘도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“왜 또 이런 일이야” 하실 때, 나는 슬쩍 웃으며 “괜찮아요, 아버지”라고 했다.
그 순간 아버지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.
가족이라는 건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.
나는 딸이다.
무남독녀, 시집도 안 갔고, 부모님 돌보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다.
처음에는 책임감이 무겁고, 외로움이 컸다.
혼자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.
하지만 지금은 그 무게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.
우리 가족이 지금 필요하다.
그걸 깨닫고 나니, 외로움보다는 책임감이 삶의 중심이 되었다.
오늘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.
아버지가 화를 내셨다.
나는 대신 웃었다. 웃으면 덜 화나신다.
엄마는 내 이름을 잊으셨지만, 오늘은 ‘슈퍼히어로’라고 부르셨다.
맞다, 나는 슈퍼히어로다. 엄마 아빠를 돌보는 슈퍼히어로.
작은 웃음 하나가 큰 힘이 되는 순간이다.
나는 하루를 계획적으로 살고 있다.
약은 색깔별로 나눠서 챙기고, 냉장고에 하루 일정 붙여 놓는다.
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든다.
아버지 화 다루는 법도 나름 전략이 생겼다.
화가 날 때는 한 발 물러나고, 간식 하나 주면 금세 풀린다.
나 자신도 챙긴다. 커피 한 잔, 짧은 산책, 음악 듣기…
작은 여유가 큰 힘이 된다.
이런 일상을 살다 보면,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낀다.
엄마가 조금씩 잊어가셔도, 아버지가 화를 내도, 나는 그 안에서 가족의 사랑을 찾는다.
매일의 순간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, 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.
그리고 그 삶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한다.
나는 가끔 생각한다.
왜 가족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까?
힘든 순간에도, 웃음과 울음, 그리고 추억이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.
엄마 손을 잡고, 아버지 눈빛을 읽고, 나 자신을 챙기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,
이 평범한 하루가 가장 소중한 하루라는 것을 느낀다.
오늘 하루, 나는 가족에게 작은 웃음을 주는 일을 했다.
내일도 그럴 것이다.
엄마가 잊어버린 내 이름 대신 ‘슈퍼히어로’라고 부르는 그 순간처럼,
작은 행동이 큰 사랑이 된다.
그리고 나는 오늘도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.